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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몰입 : 장욱진 미술관에서 찾은 예술의 깊이

예술 호소인 2025. 2. 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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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주 장욱진 미술관의  《완전한 몰입》 전시를 다녀왔다. 장욱진 화백의 작품을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가 그림을 대하는 태도와 작품 속에 담긴 철학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의 예술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나 역시 창작자로서 몰입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몰입, 그 자체가 예술이 되다.

《완전한 몰입》은 장욱진 화백의 삶과 작업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나는 심플하다”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형상과 색채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님을 전시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쌓아온 몰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반복적인 형태 속에서도 변주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갔다. 마치 한 마디의 단어를 오랜 시간 곱씹으며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처럼.

특히, 그의 대표적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 나무, 아이, 동물들을 보면 단순한 형태이지만 강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혀애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욱진의 그림 속에서는 그것들이 마치 한 사계의 원형적 요소처럼 보였다.

창작자로서의 몰입, 그리고 드로잉 챌린지

장욱진 화백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다른 모든 것이 사리지고 오직 그림만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 몰입했는가였다.

전시에서 드로잉 체험 세션이 있어 남편과 함께 ‘몰입’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동굴 같은 방에 들어가 30분내에 드로잉을 완성했는데 우리에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간단한 도전이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였다.

무엇보다도, 남편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상대방이 그리는 대상과 방식, 몰입하는 순간들을 보며 말로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시간이 소중했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무엇을 그릴지 결정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오랜만에 ‘몰입‘을 시도해보는 순간,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보다 ’이걸 그려도 괜찮을까?‘, ’더 좋은 주제가 있지 않을까?‘와 같은 고민을 먼저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몰입에 방해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간에 집중하는 감각을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은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전시를 다녀온 후 남은 것들

양주 장욱진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시간이었다.
또한, 드로잉 챌린지를 통해 몰입의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몰입이란 결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앞으로 그림을 그릴 때, 그리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몰입의 감각을 더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그림이 잘 그려지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것은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
내가 그리는 모든 작업 속에 나만의 몰입을 담아내고 싶다. 그것이 결국, 나만의 조형 언어를 찾아가는 길이 될테니까.

이번 전시와 체험을 통해 예술과 창작, 그리고 몰입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혹시 창작의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한 번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몰입의 순간, 당신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까?


▶ 전시 정보
• 전시명: 《완전한 몰입》
• 장소: 양주 장욱진 미술관
• 기간: 2024-08-20 ~ 2025-09-07
       •     상세 내용: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는 장욱진의 예술에 담긴 미학과 인생관에 대해 살펴보고자 상설전 [완전한 몰입(In Full Flow)]을 선보인다.

장욱진은 평생에 걸쳐 많은 연습과 실패를 겪으며 하나의 선을 완성하고자 했다. 그는 예술에만 몰두하며 철저한 고요와 고립 속에서 비움과 단순의 철학을 실천하였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단순함 속에 통찰과 내면의 자유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집중’, ‘즐거움’, ‘자아실현’을 몰입의 큰 특징으로 보고 장욱진의 작품 중 이 세가지 특징이 잘 드러나는 회화, 조각, 드로잉 30여점을 선정하였다. 장욱진의 예술적 몰입을 관람자가 경험함으로써,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을 잊어서 진정한 나에 이르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장욱진은 이처럼 외부의 방해 없이 고요하고 고독한 상태에서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감각을 다스려 집중하는 사람을 '정관자(靜觀者)'라고 했다. 장욱진, 『강가의 아뜰리에』, 열화당 32p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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