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실을 처음 열었을 때를 떠올리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순간이 생각난다.
19개월 전, 23년 6월에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웠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남자친구, '장'과 함께 공간을 가꾸어 나갔다. 나와 그의 공간 '수영의 장'.
이름처럼 ‘나의 장(場)’이자, 그림을 그리고 사색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그 공간이 나뿐만 아니라,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도 작은 쉼터가 되기를 바랐다.
화실을 열게 된 계기
2018년,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작업실'은 나에게 창작의 공간이자 쉼터였다.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좋아하는 것을 하는 공간이라니,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장소가 생기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포트폴리오를 위해 공모전에 우연히 참가했다가 덜컥, 첫 단체전이라는 것을 해보게 되었고 그것이 개인전으로도 이어졌다.
정말 꿈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좀 더 나를 믿어주고 더 열심히 몰두할 텐데 말이다.
이후, 조금 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나는 회사에 뼈를 묻을 것처럼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 1에 불과해진 삶을 살고 있었다.
회사원 1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 시간들을 선물했지만 반대로 나를 창작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회사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했고 나의 상사는 내가 오로지 '일'에만 몰두하기 바랐으며 나를 항상 꾸짖었다. 그렇지만 나의 상사가 나쁘지만은 또 않았다.
참 아이러니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지쳐갔고 그렇게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한 순간 덜컥 이 공간을 계약했다.

19개월 동안 '수영의 장'을 운영하며
처음에는 딱 '화실'을 생각한 건 아니고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공간에서 차츰 발전시켜 나가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산으로 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고 어느 것 하나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수영의 장'을 오픈하고 자연스레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예술 체험 키트 협업, 데이트 플랫폼 입점, 공간 대여 방식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했다.
그림을 배우고 싶어 찾는 사람들, 단순히 그림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 나의 소중한 사람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예술이 가진 힘을 느꼈다.
하지만 화실 운영은 쉽지 않았다. 임대료와 재료비, 예상하지 못한 공간 관리 문제들로 때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공간을 비워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에서 보낸 시간들은 소중한 기록이다.
그리고 여전히 남은 시간 동안 내가 무얼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싶기도 하다.
화실을 운영하면서 내가 정말 부족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 그림에 대해 아직 배울 게 많다.
- 회사 생활보다 큰 사회는 차갑다.
- 그 무엇보다 나는 내가 제일 어렵다.
스스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서 실패를 대차게 해 보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새로운 재료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배우고 스킬을 채우기 위해 문화원에 다니고 있으며 '창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있다.







studio archive, 마지막을 기록하며


화실 어느 곳 하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이제 화실 운영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6월이면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젝트의 마무리일 뿐이다.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Studio Archive를 통해 '수영의 장'의 흐름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려 한다.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의 기록, 마지막 순간까지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새로운 방향까지.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고, 남겨왔다.
이제 그 마지막 장을 채울 일만 남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창작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남길 수 있도록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화실의 마지막을 예술적으로 남기는 첫번째 프로젝트는 '화실의 흔적' 드로잉 프로젝트이다.
'수영의 장'의 마지막 이야기를 함께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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